'흥부네11남매'에 해당되는 글 1건

  1. 2011.04.20 흥부네 11남매

[ 흥부네11남매 ]

꽤 오랜만에 야근을 하고서 집에와서 밥을 챙겨먹고서 TV를 보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KBS Prime 에서 왠지 끌리는 제목의 <인간극장 - 흥부네 11남매>의 1부 시작 부분을 보고서는 채널 돌리기를 멈췄다.
제대로 찾아보지는 않았지만, 대충 그들의 억양에서 지방 시골은 아니고, 경기도 외각 어느 농촌마을이 그 공간적 배경임을 알 수 있었다. 그곳에서 노모와 그 아들과 며느리, 아들 내외의 슬하에 11남매. 지금 세상에 보기 드문 대가족의 생활을  -이금희-씨의 내레이션과함께 카메라에 담았던 방송이다.
큰 아들, 둘째 아들, 셋째 아들, 큰 넷째 딸,  다섯째 딸, 여섯째 딸, 일곱 째 아들, 여덟 째 딸, 아홉째 아들, 열째 딸 그리고 막내 아들. 이렇게 총 열 한 남매는 부모님과 할머니 아래에서 살고있다.
큰 아들은 21살. 둘 째 아들 고삼, 셋째 아들 고 1 .... 부터 갓 돌이지난 막내 딸과, 잘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석 달 배기 젖먹이 막내 아들.
그렇게 풍족한 가정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다.  몇 해 전 허리를 다쳐서 변변한 일을 못하다 몸이 좀 나아져서 야간에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수 해를 일해온 아버지. 그리고 경찰경호학과의 대학을 다니다 넉넉치 못한 가정환경 탓에 학교를 휴학하고, 군 입대를 앞두고서 입대 전까지 아버지 일을 도와 새벽일을 하는 큰 아들.  누가 봐도 11남매의 대가족이 살기엔 부족한 벌이이지만 분명 그들은 늘 웃음 띤 얼굴로 해맑게 자라고있었다.
어머니는 밥을 할 때에면 두 되나 되는 쌀을 씻어 밥을하곤 한다. 그럼 아이들은 하나 둘 밥상에 모여앉아 밥을 먹는다. 특별한 반찬은 없다. 김치, 오이소박이에 가지무침등에 햄이나 고기반찬은 거의 똑같이 나눠먹고 그들에게 주어지는 무제한 리필의 음식은 "계란 후라이".  그 와중에 그 아무도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다.
중학교, 초등학교를 다니는 딸들은 밥상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네 살짜리 남동생에게 능숙하게 밥을 먹여준다. 마치 밥먹는 일처럼 동생을 돌보는 일이 익숙한 듯 하다.
그렇게 식사 시간이 끝나면 큰 딸과 작을 딸 둘, 세 명의 딸은 번갈아가며 매일 설거지를 한다. 누가 시키지 않지만 당연하게 생각하고 설거지를 한다. 불평하지 않는다.

등교 시각이 동생들 보다 빠른, 고등학생의 두 아들과 큰 딸은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. 셋은 정말 어색하리만치 대화가 없이 밥을 먹지만, 그 모습이 불편해 보이지는 않는다. 큰 딸은 동생들과 먹을 때가 더 좋다고는 한다.  이유는 ...  오빠가 밥을 다먹고나서 "물" 한 마디를 하면  큰 딸은 아무말 없이 오빠의 물잔에 물을 따라준다.  동생이 따라준 물을 먹은 오빠는 식사를 마친 뒤 자신이 먹은 밥/국 반찬 그릇과 수저는 직접 계수대로 옮겨둔다. 자신이 먹은 뒷처리는 동생에게 미루지 않는다.  그리고 이내 고등학생 두 형제는 학교로 길을 나선다.
등교길 내내 어색하게 떨어져 가는가 싶더니 이내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. 대화의 내용은, 자기들 10 남매를 위해 아버지와 함께 간 밤에 일을 나갔던 큰 형 걱정이다.  늘 자신을 위하는 아버지와 형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모양이다.  아주 어린이들은 아니다.

곧이어 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남매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단체로 出谷告 한 뒤  읍내의 학교로 가는 -한 시간에 한 번 꼴로 오는 - 버스를 기다린다.  지루할 법도 하지만,  대여섯명의 등굣길 길동무가 되어주는 형제가 있어 즐겁다. 그리고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.


하교한 열 살 아들이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30분이나 걸려 나간다. 그리고 편의점에 들러, 700원 짜리 삼각김밥 두 개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온다.  그 동안 집에서는 아들 한 놈이 없어져 제법 난리가 났다. 부모님께서 아들 걱정을 하는 것이지.  돌아온 열 살 아들은 꾸중을 듣지만 이내 다시 기분 좋아진다. 하지만 큰 형이 화가났는지 동생을 나무란다. 동생은 열 한 살이나 많은 큰 형의 꾸지람에 얼어붙어 큰 형이 일하러 나갈 때 까지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.
그리고 형이 나간 뒤,  미소를 띠며  아까 사둔 삼각김밥을 들고, 작은 누나가 있는 방으로 가 삼각김밥 하나를 먹으며 누나에게 나눠준다.  그리곤 나머지 하나의 삼각김밥을 가지고, 평소 먹성좋고 식탐많은 두 살 짜리 여동생에게 먹인다.    열 살 소년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.


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
이게 대충 2부의 중반 까지의 내용이다.
크게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, 서로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형제가 많다는 것 만으로도
그리고 순수하게 살아가며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함을 찾을 줄 아는 그들은  누가봐도  행복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.
큰 아들 부터 막내 아들까지 아들이면 아들, 딸이면 딸 그 누구 하나 못난 아이가 없다. 늘 웃고 있는 그들은 그 어떤 아이돌, 영화배우보다 잘생기고 예쁜 얼굴이다.
물론 그들이 가족이 많아서 불편함이 많다는 것도 인지하고, 투덜거리기도 한다.
하지만 그 투덜거림이 불행함에서 나오는 투덜거림이 아닌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얼굴들이다. 

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-+

보는 내내 엄마미소를 짓게하는 11남매의 생활.
지금도 보는 중인데, 그리 오래 전 방송분도 아닌 듯 하다.  소녀시대의  GEE를 부르는 다섯 째 딸을 보니 2009년 이후 방송인 듯 하다.

아이들이 다들 생각도 깊고, 어떤 면으로는 철 없는 모습도 있지만 결코 못된 아이들은 아닌 것 같다.  소소한 것들에서 부터 행복을 찾으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묻어난다. 


티비를 보는데 집중하기 위해서 급 결론을 내리자면 ...
행복은 결코 큰 것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.
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고, 그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행위가 결코 비겁하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.

40대가 다 가기 전에 속세의 많은 것들을 누리고 즐기고 또 당하기도 하다가, 그 이후로는 그저 순수하고 소소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.

'우주최강 김상훈 > 생각의 단편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술이 종교보다 좋은 이유.  (0) 2011.10.18
행복의 역치.  (0) 2011.04.25
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.  (0) 2011.04.19
2011.04.06  (0) 2011.04.06
카이스트 - . 자살.  (0) 2011.03.30
Posted by LucidasH
이전버튼 1 이전버튼

블로그 이미지
LucidasH

공지사항

Yesterday
Today
Total

달력

 « |  » 2024.5
1 2 3 4
5 6 7 8 9 10 11
12 13 14 15 16 17 18
19 20 21 22 23 24 25
26 27 28 29 30 31

최근에 올라온 글

최근에 달린 댓글

글 보관함